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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지연씨의 퇴근길

2020-01-15조회수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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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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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지연씨의 퇴근길>

굿윌스토어(이하 굿윌)에서 계절별로 옷 분류 작업을 하고 있는 김지연씨. 지연씨의 퇴근 시간인 5시에 맞춰 함께 퇴근을 했다. 처음 인사를 건네며 어색한 시간이 흐르다, 지연씨한테 “혼자 가시면 편할텐데 제가 와서 귀찮으시죠~”라고 물었다. 그 질문 이전에는 시종일관 ‘네, 아니오’ 정도로 대답하다가 그 질문에는 활짝 웃으며 “아니에요. 너무 좋아요. 반가워요.”라고 했다. 그때부터 지연씨의 마음이 열렸는지 점점 본인의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은 날이 더워서 집에 가자마자 샤워를 하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그리고 밀린 빨래나 집안 청소를 하면서 어머니를 돕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고 했다. 토요일은 대청소 하는 날이라서 그 전에 조금은 치워 둬야 된다고 하는 지연씨.매일 청소를 한다니, 참 부지런한 것 같다. 아침 일찍부터 회사에 나와 오후 5시까지 일하면 지쳐 쓰러져 잠들기 바쁠텐데 말이다. 가끔은 집에서 쉬면서 그림을 그리고, 보고 싶은 남자친구 생각을 한다고 했다. 남자친구 얘기를 들어 보니 나쁜 남자인 것 같던데 지연씨는 성격 좋고 춤잘 추는 그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굿윌에서 오랫동안 일했는데 힘들지 않은지 물었다. 일은 당연히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5년 동안 했느냐고 물어보니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게 재밌고 친구가 생겨서 좋다고 했다.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에 행복감이 전해졌다. 동료들이 그녀가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일 것이다. 그리고 바리스타를 해 보고 싶 다던 지연씨, 내가 카페에서 일했던 걸 이야기 하니 눈을 반짝이면서 어떠냐고 물어보면서 재밌었겠다며 부러워 했다. 청소도 야무지게 잘하는데 커피도 잘 만들 것 같다. 어서 바리스타에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연씨는 구체적인 대답을 요하는 질문에 힘들어 했고 가끔 동문서답을 하거나 같은 대답을 반복했지만 나는 표정과 느낌으로 그녀의 기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새롭고 기억에 남을 지연씨와의 5시였다.

 

헤어지기 전 너무 재밌었다며 매일 먹는다는 요구르트를 꺼내 준 지연씨. 그렇게 연두색 티셔츠의 뒷모습을 떠나보내고 걸어왔던 길을 회상했다.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봤던 남자와 그녀를 멀리서 먼저 보고 모른 척 하던 여자. 지연씨가 지나가는데 길을 얼른 비켜주지 않았던 남자 세 명. 버스 정류장에서 빤히 쳐다보던 할아버지와 힐끗 거리던 아주머니. 그리고 느린 걸음의 그녀를 추월하듯 빠르게 지나간 사람들. 그렇게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길을 걸어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걸어 갔었다. 지하철에 타서 일반석에 함께 앉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연씨가 나를 노약자석으로 이끌었다. 그제야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지연씨는 앞에 나타난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다. 느리지만 충분히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지하철 엘레베이터를 타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그녀는 지하철 노약자석에서 더 편안함을 느껴야 했던 것일까?

 

<김혜정 기자 dcak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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