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 기부로 지키는 우리의 지구
[발달장애인, 기자가 되다] 1. 굿윌스토어 발달장애인 직원 7명이 '펜'을 든 이유
【휴먼에이드포스트 김동현 기자,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사회적 기업형 미디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 특히 ‘쉬운 말 뉴스’를 제작해 정보 소외 계층을 위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CJ제일제당의 지원으로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물품기증 기반 사회적 경제 매장 굿윌스토어의 직원 7명이 휴먼에이드포스트 객원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베이비뉴스는 휴먼에이드포스트와 함께, '발달장애인, 기자가 되다' 시리즈를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본업을 가진 발달장애인들이 기자 활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어떻게 스스로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봤다.
굿윌스토어 미디어교실이 처음 열렸던 지난해 9월 21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굿윌스토어 밀알도봉점에서 교육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강사는 휴먼에이드 김동현 대표. ⓒ휴먼에이드포스트
경주에 있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을 찾아간 두 사람, 고가비, 고광덕 기자. 이들은 지난 6월 17일 방사성폐기물 운반과 검사·관리가 어떻게 안전하게 수행되는지를 취재했다. 그리고 실무책임자와 인터뷰하고 기사를 만들었다. 취재에 나선 두 사람은 굿윌스토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이다. 상품 파는 매장에 근무하는 이들이 갑자기 기자로 변신한 이유가 뭘까.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중요성와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5월 말 KO알라 시민기자단을 발족했다. 시니어, 청년, 쉬운말 등 세 부문으로 기자단이 구성됐는데, 쉬운말 기자단(8명)에는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참여했다. 이 중 6명이 굿윌스토어 직원들이다.
굿윌스토어는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전국 36개 매장이 운영 중이며 450여 명의 발달장애인 종사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자선이 아닌 기회를 제공한다’는 슬로건 아래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중고물품이나 새 상품 등을 기증받아 판매한 수익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매장과 종사자는 전국적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굿윌스토어 고가비, 고광덕 기자가 경주에 있는 원자력환경공단을 찾아가 중저중위운영실 정재열 실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휴먼에이드포스트
◇ “발달장애인 자립… 세상과의 소통 기회”
굿윌스토어에 가장 많은 물품을 후원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굿윌스토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글쓰기 역량 강화 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발달장애인 자립 지원의 일환으로, 이들이 세상과의 소통 기회를 늘이고 미디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교육은 발달장애인 미디어.문화 일자리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단체 휴먼에이드가 맡았다.
고가비(밀알송파점), 고광덕(강남세움점), 김재성(밀알송파점), 신용훈(밀알도봉점), 신준희(밀알금천점), 임승진(밀알도봉점), 홍서윤(밀알도봉점) 등 굿윌스토어 소속 7명은 지난해 8월 지원과 선발을 통해 교육생으로 선정됐다. 그해 9월 중순부터 3개월간 이론과 실습 교육을, 이어 3개월간 실제로 기자로 활동하는 수습 기간을 마쳤고, 지난 3월 중순 본격적인 객원기자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수습 3개월 동안 150개의 포토뉴스를 제작했다. 해당 기사는 휴먼에이드포스트 홈페이지 ‘갤러리’ 코너나 포털사이트 구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는 콜센터에서 일하는데요, (물품) 기증자 님들과 통화하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질 때가 있는데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기사 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굿윌스토어 밀알도봉점 직원 신용훈 씨 이야기다. 그는 본업에 종사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기사에 담는 일도 한다. 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포토뉴스 장르의 기사를 제작한다.
배우 겸 크리에이터 이지현 강사가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요령을 교육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휴먼에이드포스트
굿윌스토어 직원이면서 객원기자로 활동하는 7명은 신용훈 씨처럼 업무시간 외 일상생활 중에 객원기자 일을 병행한다. 각자 직장에 다니면서 본업의 홍보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기사화 하기도 하고, 업무 외 일상생활 중에 소개할만한 것들을 기사로 만든다. 이들은 쓴 기사만큼의 원고료를 신문사로부터 지급받는다. ‘프리랜서 기자’인 셈이다. 콘텐츠 제작비는 기사 한 꼭지당 5000원 수준이다.
굿윌스토어 객원기자 7인방은 지난해 9월 21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굿윌스토어 밀알도봉점 강의실(프로그램실)에서 12주간 이론·실습 교육을 받으며 기사 쓰기를 익혀나갔다.
교육은 △기사 쓰기 어렵지 않나요? △어떤 사진을 찍을지 생각해요 △사람을 찍을 때는 꼭 허락 먼저 받고~ △이제 사진을 찍어요 △잘 나온 사진을 잘 고르고, 또 잘 꾸미고 △이젠 글을 써요 △글을 예쁘게 다듬어 볼까요 △문장.단어 위치만 달라졌는데 멋져 보여요 △누군가의 말을 듣고 글로 옮길 때는요 △드디어 제목을 달아요 △사진과 글을 잘 배치한 뒤 신문사로 보내요 △나는 기자다 일상에서 기자활동 △사진 잘 찍는 법: 이론·실습 △수습기자 오리엔테이션 등의 주제로 진행됐다.
◇ “더 많이, 더 쉽게, 더 재밌게” 미디어 교육용 유튜브채널 운용
지난해 12월 7일 3개월 간의 수습과 실습 과정을 마친 7명의 교육수료자에게 ‘객원기자 신분증’과 ‘휴먼에이드포스트 객원기자 명함’이 주어졌다. 이들은 지난 3월 14일까지 3개월간 수습기자로 포토뉴스 기사쓰기 실습을 진행했다. 7명은 본인의 직장 명함 외에, 하나의 명함을 더 가지고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창간한 인터넷신문사 휴먼에이드포스트는 발달장애인들이 정규직·비정규직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쉬운 말 뉴스.출판물 만들기 △기자교실 △발달장애 아티스트 예술의전당 그림전 개최 △포토뉴스 공모전·전시회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교육생들이 지난해 12월 7일 이론·실습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뒤 객원기자증을 받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휴먼에이드포스트
CJ제일제당 지원으로 실행된 미디어 글쓰기 프로그램은 굿윌스토어에서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청년들을 위해 마련됐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저변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발달장애 사원들이 경제적 자립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립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미디어 글쓰기 교육 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굿윌스토어와 휴먼에이드 실무자들은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기사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 기회를 더 넓혀나가길 바란다”며 “앞으로 더 많은 굿윌스토어 직원들이 기자 활동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성장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올해 9월부터 진행될 굿윌스토어 기자교실을 확장 운영할 계획이다. 굿윌스토어 발달장애인 직원들 누구나 미디어 글쓰기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휴먼에이드, 굿윌스토어와 함께 특별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교육용 영상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뿐만 아니라 교육생들 및 객원기자들이 만든 각 포토뉴스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폭넓게 유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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